기차에서 만난 이상한 남자
아침 조깅을 하던 길에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얘기하는 여자에게 헤어지면 다시 연락하라는 스포츠 에이전시 팀장 재현, 그리고 커피 한 잔을 들고 기분 좋게 출근하던 길 갑자기 뒤에서 날아온 농구공에 머리를 맞곤 넘어져 엉망진창 꼴로 출근한 화장품 회사 팀장 수정. 그런 두 사람에게 오늘 이 시간 가장 중요한 사람 농구선수 강진철 그가 사라졌다. NBA 입단 계약과 백화점 입점 광고 모델 계약을 앞두고 있는 강진철을 찾기 위해 재현과 수정은 부산행 KTX를 오른다. 기차에 오르기 전 우연히 수정을 보게 된 재현은 그녀에게 눈길이 갔고 바쁜 와중에 역까지 찾아온 친구들을 만난 수정은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을 한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좋지 않다. 그 상대는 바로 수정의 10대 시절의 짝사랑 동창이었던 것. 고백 한번 못해봤던 수정은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을 한다는 친구의 말에 서운하기만 하고 그 둘은 인연인 것 같다며 아쉬움에 10년째 연애하는 남자 친구와 통화하지만 그는 본인의 목적 외엔 수정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 그 서운함은 더 커져갔다. 그 와중 옆자리에 재현이 앉게 되고 재현은 수정에게 호감을 표현하며 대놓고 오늘 웬만하면 수정과 자겠다고 한다. 놀란 수정은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하지만 재현은 대수롭지 않게 계속 말을 걸며 호감을 표현한다.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자리에 돌아오던 수정은 재현의 통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되고 재현 또한 강진철 선수를 찾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꾸 호감을 표현하는 재현이 불편했던 수정이 자리를 피해 보지만 결국 제자리에 앉게 되고 마침 기차는 고장이 나 멈추고 시간이 촉박한 재현과 수정은 함께 기차에서 내려 동행을 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수정과 재현
작업 승률 100% 자유로운 연애관을 가진 남자 재현과 달리 지고지순 보수적인 연애관을 가진 수정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강진철 선수를 찾아 도착한 상갓집, 하지만 집으로 찾아온 기자들을 피해 강진철 선수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곧 백화점 입점 계약 관련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수정은 먼저 가보겠다고 하지만 재현은 식사를 하고 가자며 수정을 설득한다. 그리고 노트북을 재현 차에 놓고 온 수정은 당황하며 자료 없이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는데 때마침 재현이 나타나 노트북을 연결해 주고 프레젠테이션은 문제없이 마무리된다. 차 안에서 재현이 말했던 해물탕 맛집을 찾은 수정, 그곳에서 또다시 재현을 만나게 되고 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려던 찰나 강진철 선수를 찾았다는 고향 동생의 말에 달려가는 재현을 쫓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재현과 함께하며 그의 따뜻한 모습을 하나씩 보게 된 수정은 재현과 함께 하루를 보내겠다고 하지만 재현은 수정을 진심으로 대하고 싶어 했고 마음이 상한 수정은 호텔을 나가버린다. 이전에 소속되어 있던 체육관을 찾은 재현과 수정은 맥주를 마시며 연애관에 대해 대화를 하며 수정은 오늘 속상했던 일들을 얘기한다. 수정이 10대 때 좋아했던 남자는 두 달 만난 자신의 친구와 결혼한다며 수정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고 미지근한 관계를 유지하는 20대 때 만나 10년째 연애 중인 남자 친구와는 헤어지면 자신은 어디에 있는 거냐며 10년 동안 쌓아온 추억을 자신의 손으로 무너뜨릴 수 없다고 속상해한다. 하지만 재현은 10년 20년에 연연하지 말고 오늘 이 순간만을 기억하라며 수정을 위로하지만 오늘 한순간이 평생을 가는 사람도 있다며 그런 사람에게는 그날은 하루가 아니라 어쩌면 매일이 된다고 눈물을 흘린다.
그날이 매일이 되길
그렇게 재현과 하루를 보내게 된 수정은 부산역에서 그와 인사를 나누고 기차에 오른다. 일상으로 돌아온 수정은 지금 여기서 10년의 연애를 끝낸다고 그동안 연애하며 쌓았던 추억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고 그렇게 20대의 전부였던 10년의 연애를 끝낸다. 그리고 현재 자신을 있게 해 준 여자 친구와 돈 때문에 농구를 하지 않는다며 NBA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강진철 선수의 의사를 따라 계약을 하지 않은 재현은 회사를 나온다. 새롭게 계약을 하자며 재현을 찾아온 강진철 선수에게 화장품 광고 계약서 사인까지 받아낸 재현은 수정의 회사를 찾아가지만 자리를 비운 수정을 만나지 못하고 메모와 함께 계약서만 전달하고 나온다. 그 시간 회사 근처 카페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있던 수정은 이별한 얘기를 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감정을 숨기고 있었고 재현에 대해 묻는 친구들에게 그날 있었던 일도 별일 아닌 하루였던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 하지만 그날 하루는 수정과 재현에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날이었다는 걸. 재현도 하루를 보낸 여자가 자꾸 생각나고 그녀가 밉고 화가 나고 신경 쓰이는 자신의 감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힘들어하고 수정 또한 친구를 찾아 그날 아침부터 이상한 일들만 가득했던 하루를 얘기하며 자신이 상처받을까 재현에게 솔직하지 못한 바보 같은 자신을 탓하며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너무 늦게 발견한 계약서 속 재현의 메모 "그날이 매일이 되길". 재현의 진심을 알게 된 수정은 곧 시카고 출장을 떠나는 재현을 찾아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그에게 고백한다.
무의미한 연애기간
“그날의 분위기”를 보면서 생각했던 건 여자와 남자가 만나 연애한 기간은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10년을 만났지만 관심도 없는 남자 친구에게 수정은 그저 필요할 때 쉽게 부탁할 수 있는 오랜 친구 또는 가족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사람이 함께 쌓아온 것들도 있지만 내가 함께한 그 시간, 그 기억들이 아까워 관계를 유지하는 수정에게 매우 공감을 했던 것 같다. 마음이 꽉 막혀있는 수정에게 때마침 나타나 준 재현은 마치 탄산 같은 존재였을까. 재현은 다른 사람보다 수정 자신을 먼저 생각하게끔 해주었고 그렇게 수정은 10년이라는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붙들고 있었던 남자 친구와 10년 연애를 무덤덤하게 정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비현실적인 내용이라는 평도 있지만 영화 전체를 현실에 빗대어 보기보다는 그 상황과 그 감정에 몰입해보면 그렇게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다른 연애관을 생각해 볼 수도 있어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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